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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헤어질 결심' 리뷰(심리, 연출, 감정)

by 밤필름 2025.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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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2022)은 박찬욱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로,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을 비롯해 국내외에서 극찬을 받은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로맨스와 미스터리, 수사와 감정의 경계를 넘나드는 복합 장르물입니다. 주인공 해준(박해일)과 서래(탕웨이)의 관계를 중심으로 사랑과 의심, 도덕과 욕망이 교차하는 정교한 심리전이 펼쳐집니다. 이번 글에서는 《헤어질 결심》의 핵심을 심리 구조, 연출 방식, 감정 표현이라는 3가지 키워드로 분석합니다.

1. 심리 – 의심과 끌림, 이중 감정의 교차

《헤어질 결심》은 수사극의 외피를 두른 심리극입니다. 형사 해준은 타살 의심이 있는 남편 사망 사건의 아내, 서래를 조사하며 그녀에게 이끌리는 감정을 억누르려 하지만, 점차 빠져들게 됩니다.

이 영화의 심리적 핵심은 “사랑인가? 아니면 죄인가?”라는 끊임없는 질문입니다. 해준은 수사관으로서의 윤리와 남성으로서의 감정 사이에서 점점 자신을 잃어가고, 서래 역시 그를 향한 감정을 도발과 순종,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교란합니다.

이중 감정은 대사보다도 침묵과 시선, 동선으로 표현되며 관객은 끊임없이 두 인물의 진심을 추측하게 됩니다. 박찬욱 감독은 정서의 ‘불확실성’ 자체를 서사의 긴장감으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합니다.

2. 연출 – 미장센, 카메라, 편집의 완벽한 조화

박찬욱 감독 특유의 연출이 《헤어질 결심》을 예술 영화의 수준으로 끌어올린 핵심 요소입니다. 그는 장면마다 철저히 계산된 구도와 색채를 통해 등장인물의 심리와 관계를 시각화합니다.

예를 들어, 해준과 서래의 거리는 카메라 프레임으로 미묘하게 조정되며 감정의 밀도를 표현하고, 유리창, 안개, 절벽 같은 오브제는 감정의 모호성과 경계를 상징합니다.

또한 편집은 과거와 현재, 감정과 사실을 직선적이기보다는 순환적·심리적으로 연결하며 관객이 인물의 감정 흐름을 따라가도록 유도합니다. 음악과 사운드 또한 절제되면서도 서사를 지배하는 방식으로 삽입돼 장면마다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3. 감정 – 사랑이라는 이름의 불안정성

《헤어질 결심》은 결국 ‘사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 사랑은 일반적인 연애 서사처럼 이루어지거나 끝나지 않습니다.

해준과 서래는 서로에게 강하게 끌리지만 그 관계는 신뢰와 의심, 안전과 위험 사이를 끊임없이 오갑니다. 서래는 해준을 위해 거짓을 말하고, 해준은 그녀를 의심하면서도 보호하려 합니다.

이러한 감정은 말보다는 “하지 않은 말”과 “하지 않은 행동”으로 전달되며 관객으로 하여금 더 큰 감정의 공백과 해석의 여지를 남깁니다. 결국 영화는 사랑이 반드시 진실이어야 하는가? 그 감정이 파괴적이라면 그것도 사랑일 수 있는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남깁니다.

《헤어질 결심》은 수사극이면서도 로맨스이며, 심리극이면서도 철학적인 미스터리입니다. 박찬욱 감독은 이 영화에서 감정의 복잡성과 인간 본능의 모순을 정교한 연출로 엮어내며 “말하지 않는 것”의 무게를 전합니다. 탕웨이와 박해일의 섬세한 연기는 마치 한 편의 시처럼 영화를 완성시킵니다.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다시 묻고 싶다면, 이 영화를 다시 한 번 감상해보시길 추천합니다. 보고 난 뒤에도 마음에 남는 여운이 긴 영화, 《헤어질 결심》은 그런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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